이생기 칼럼니스트

 

▲ ⓒ일간제주

 

- 스마트 성장 원칙을 도입하여-

이번 정부 들어 눈에 돋보이는 정책은 도시재생, 마을 만들기, 농촌 신 활력플러스, 어촌 뉴딜 300 부류의 뉴딜 사업들이다. 한마디로 보조금을 들여 문화의 때를 벗겨 내는 벽화를 그리거나 농어촌을 시멘트 구조물로 농어촌다움을 변형시키느라고 혈안이 된 듯하다. 특이한 것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행정기관이 있음에도 중간조직이 장악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이하‘제주도’라 한다)에서도‘근린생활 중심 시가지형 제주시 원도심 재생(이하‘제주시 도시재생’이라 함)’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이 사업의 방향성이나 정체성이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제주시 도시재생 계획’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생각이다. 유럽. 미국 등 도시재생을 비판 없이 모방하다 보니 문화니, 역사니, 예술이니 하면서 간판 및 거리 정비 또는 벽화, 빈집 예술 공간, 등이 판을 친다. 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의 실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미국, 영국, 호주는 대리석 건축물, 산업시설, 도시구조물들은 제주시 원도심과는 결이 다르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전하며 다시 쓸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경리단길, 해남촌, 성수동, 북촌, 익선동 등에는 제주와 건축물 자체가 다르고, 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경제관도 다르다.

‘제주시 도시재생계획’에서 도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제주시 원도심과 제주항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하나의 공간으로서 해항도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 계획에는 제주항이 빠져있다. 미국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항만 물류 중심 산업시설들이 대형 컨테이너선이 등장하면서 신 항만 구역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구 항만 구역은 쇠퇴하게 된다. 구 항만 구역 내 유휴 산업시설, 건축물 등을 미술관, 전시 공간, 관광시설, 판매시설, 예술 공간, 근린시설로 새 생명을 불어넣고 역사성과 문화성을 고스란히 보전하고 상업, 업무, 금융 등 신사업 공간을 새롭게 조성한 것이 도시재생의 태동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볼티모어항, 영국 도크랜드, 일본 요코하마항, 스페인 바르셀로나항, 호주 달링하버 등이다.

제주시 원도심의 정체성과 물리적 구조부터 재인식할 때다. 제주시 원도심은 제주항과 흥망성쇠를 같이 한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항도시의 성격이 짖다고 인식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주시 원도심이 쇠퇴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주항 확장으로 제주시 원도심과 분리된 점, 도심에 건축물 및 도시구조가 노후화 된 점, 제주항 어선 부두의 협소로 다른 지역 어항으로 수산물 위판이 분산된 점, 행정기관·대학병원·학교 등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 점, 새로운 일도·이도·아라·연동·노형 택지 개발지구 내 아파트 등으로 이사한 점 등 때문이다. 즉제주시 원도심 쇠퇴는 도시개발의 풍선효과 때문이다.

제주항이 제외된 ‘제주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미, 서울시 등지에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제주시 원도심과 제주항을 역사적으로 동시성을 갖는 유기체적인 해항도시로 정의하고, 이를 통합해서 앞으로 100년을 기약하는 도시경제기반형(항만형)인 ‘제주시 해항도시재생계획’을 수립하는 통 큰 도전이 절실할 뿐이다. 제주항 내항도 재개발해야 하는 시점에 있으며, 제주 신항, 제주 외항도 개발 계획 중에 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다.

‘제주시 해항도시재생계획’에는 미국 등지에서 적용했던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스마트성장 원칙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한다. 스마트 성장원칙은 도시 성장관리이론 중 하나다. 이는 친환경적인 압축 고밀 건축 설계와 토지 등 복합 이용으로 경제성장은 물론 역사문화 복원, 걷기 좋은 거리, 오픈스페이스 확보, 커뮤니티 장소성의 특화, 대중교통 이용 등을 강조한다. 이 기회에 우선 10,000TEU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부두도 곁들인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신산업인 전기자동차, 풍력발전기 등 첨단산업 조립·제조기지의 발판도 다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특히 이 사업 추진 주체도 공공조직에서 공공조직과 함께 민간부문도 참여의 기회를 개방하는 게 효과적이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개발과 보존의 산통을 겪고 있는 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는 모든 개발 정책의 불능사회로 치닫고 있다. “왜 제주특별자치도민은 분열하는가” 아쉬운 생각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터널을 통과하면 관광시장도 판도가 바뀐다. 앞으로 관광산업으로 미래 먹 거리를 담보하기란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해상물류 중심 ‘제주시 해항도시’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때이다. 도시란 인간에게 희망의 공간이자 문명의 발전하는 공간이다. 다음 글에서 도시에 대한 의미를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협력을 통해서 나오는 힘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진실이자 도시가 존재하는 주된 이유다. 우리의 도시를 이해하고, 도시에 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러한 진실에 집착하고 해로운 신화를 배격해야 한다.

우리는 환경보호 운동이 나무들 주위에서 살자는 것이고 도시인들은 항상 도시의 물리적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는 관점을 배격해야 한다.

우리는 고층 아파트보다 교외 규격형 주택(Tract home : 한 지역에 비슷한 형태로 들어서 있는 많은 주택)을 선호하는 주택 소유의 우상화 활동과 함께 시골 마을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짓을 중단해야한다

-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 저서에서]

제주시 해항도시의 미래는 컨테이너 부두, 크루즈 부두, 국제 선박대리점, 국제 금융 업무 지구, 해항 ICT·제4차 산업 첨단 지구, 해양관광지구, 상업지구, 역사문화 지구 등이 들어서는 스마트 도시로 비상하는 꿈을 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100년 후에도 제주도 관문도시인 제주시 원도심을 쇠퇴한 유물로 남겨주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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