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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애완동물이 있을까? 집에서 기르는 일개 고양이, 개도 불리는 이름은 있게 마련이다. 허나 애완동물 이름 짓는데 무슨 규칙이 있을까? 말 그대로 ‘주인 마음’대로 지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토종 제주마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유일하게 제주마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렛츠런파크 제주에는 약 700여 두의 경주용 제주마가 생활하고 있고 약 200여두의 경주마가 새로이 출생한다.

경주마의 경우 태어난 뒤 1년 동안 이름이 없다. 어미 말의 이름을 따 '×××의 자마'로 불린다. 출생 1년이 지나면 이름을 지을 수 있는 자격을 받는다. 말 이름은 마주가 정하는 게 보통이다. 이름을 정하는 데도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한국마사회 마명등록규정'에 따르면 말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한규정이 많다. 이를테면 인기 정치인이나 TV스타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과 별명은 물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과거 활동했던 말의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이름의 글자 수도 제한돼 있다. 한글은 2~6자로만 가능하다. 외국산 말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인정된다.

사람의 경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동명이인이 제법 있지만 경주마의 경우 같은 이름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과거 경주마로 활동했던 말 이름을 다시 쓰는 것은 철저하게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씨암말로 활동했던 말은 사망 후 10년, 씨수말로 활동했던 말은 사망 후 15년간 다른 말들이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등록된 제주마 이름 중에는 재미있는 게 많다. ‘학수고대’, ‘팩트체크’, ‘천만다행’ 등 이른바 한자는 물론 영어이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사람은 이름을 바꾸고 싶으면 법원에 신청을 해서 쉽게 개명할 수 있다. 경주마의 경우 한 번 만든 이름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말에 한해 한 번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어 있는 제주마를 보호·육성하고 혈통경마를 위해 ‘경주용 제주마 부‧모 이름 지어주기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제주 축산진흥원과 협업하여 관리번호 대신 이름을 지어주고 홈페이지와 안내책자를 통해 혈통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경주에 나선 경주마는 쉽게 ‘1번마’ ‘2번마’ 등 번호로 부르기 쉽다. 하지만 단 한 마리의 이름이라도 쉽게 지어지는 이름이 아닌 만큼 경주마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사력의 질주를 선보이는 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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